[여자없는남자들_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2015년 초 겨울 나는 또 다른 이별을 경험했다.  또 그렇게 입안에서 씁쓸한 맛이 감돌았고, 후회와 미안함이 마음속에 계속 맴돌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아프지 않았다. 친구들이나 다른 주변을 보면, 연인과 헤어지고 나면 아파하거나 그리움에 망가져가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하지만, 나는 항상 달랐다. 이전에도 몇번의 헤어짐을 반복했지만, 아프기 보다는 어떻게 보면 후련했다. 그렇지만 내가 그들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였다. 왜 이렇게도 헤어짐에도 초연할수 있을까?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지는것이. 그때부터 나는 내가 어느 한부분이 고장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내 마음에는 계란 껍질과 같은 막이 씌워져 있어서,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것 처럼.

 

그 이후로 나는 누구와도 만나지 않으려 했다. 아무리 매력적인 사람이 다가와도 연애감정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누구와 관계를 맺는것도 귀찮은 것이라고 느껴지곤 했다. 나는 마치 감정 없는 돌이라고 나 자신을 생각했다. 그런 나날을 보내던 중 여자없는 남자들이라는 재밌는 제목의 책을 발견했고, 이 책의 저자가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것을 알고 바로 집어들어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옴니버스식으로 각자의 남자들이 왜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사별한 남자도 나오고, 아내가 불륜을 저질러 이혼한 남자도 나오고, 첫사랑인 여자가 남자와 헤어진 부분도 나오고.. 이렇게 한마디로 버림받거나 여자 혼자 훌쩍 떠나버리는 남자들이 모여있는 이야기 책이다. 이 옴니버스식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아내가 불륜을 저지르고 그닥 그렇게 상처를 받지않은 남자의 이야기였다.

 

 기노는 아내가 바람을 펴서 이혼을 당한다. 그치만 조금의 충격을 받았을 뿐, 전혀 상처받지 않고 담담하게 하루하루를 평소와 같이 살아간다. 좋아하는 술집에도 들려서 하루를 담담하게 마무리 짓는다. 그리고 혼자 여행도 즐길만큼 여유로워진다. 그는 아내를 많이 사랑하지 않았던걸까? 배신을 당한 후에도 분노와 증오의 감정은 하나도 없다. 초연하다. 뜻하지 않은 이별에 관해서 초연했다. 그렇게 나는 한 이별에 초연할 수도 있다는 남자의 모습을 기대하고 이 이야기가 마무리가 되길 원했다. 그래야 왠지 나도 정상일것만 같아서.

 

 하지만, 기노는 여행지에 있는 호텔에 혼자 묵으면서 그 컴컴한 방안에서, 아내의 첫만남의 모습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며 끝난다. 그 자신도 상처받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또한  상처받았던 것이다. 자신도 몰랐던 상처의 깊이를 자신과 아내가 관련되지 않은 막다른 장소에서, 그는 처음으로 느낀것이다. 그 부분을 보면서, 나 자신도 어쩌면, 상처를 받았지만 상처의 깊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나도 사람이니깐, 얼마든지 상처받을 수 있다고,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고, 내 마음에 껍질 같은 것이 씌어진 것이 아니라고, 다독일 수 있었다. 기노는 아내를 그리워 하지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담담히 하루하루를 보내려 애써왔을뿐, 상처받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그도 사람이기에 그랬을 것이다.

 

 나 자신도 다른 방식으로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상처를 받고 그것을 치유할 방식이 다른 이들과 달랐을 뿐, 나 또한 감성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때 깨달을 수 있었다. 사람은 그렇게 쉽게 감정을 없애고 영원히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