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기억 속 나의 향기

연세대학교 디자인예술학부 산업디자인학전공

2013212088 김영은

 

장미꽃

 

내게 장미향이란,

달콤한, 싱그러운, 사랑스러운, 화려한,

어린 장미꽃 향, 늙은 장미꽃 향, 마른 장미꽃 향,

그리고

네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받았던 장미꽃 한 송이에서

달콤한 설렘과 뭉클하고 쓰디쓴 향.

 

 

 주어진 수식으로 문제를 풀면 정확한 답이 나오는 수학문제와 달리 인간의 삶은 복잡하게 얽혀 때로는 너무나 단순하지만 대부분은 시작과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그대와의 기억을 좋은 기억으로 남겨둘지, 나쁜 기억이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할지는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란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에게 주어진 특권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차별성을 가지는 부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것이다. ‘망각忘却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과거에 실수를 했거나 안 좋은 기억들을 지울 수 있는 능력이다. 내가 망각하고 싶은 과거를 떠올려보면 공책을 넘기듯이 한 장씩 두 장씩 넘어가는 데 그 종이에 그려진 그림마다 풍겨오는 향기가 있다. 첫 미국여행에서 느꼈던 패스트푸드 식당의 느끼하고 쾌쾌한 냄새, 첫 커플티였던 눈꽃이 그려진 스웨터의 굵은 털실 사이를 통과한 겨울의 차가운 냄새, 함께 걷던 브루클린 브릿지에서의 자동차 매연의 매운 냄새, 침침한 노란 형광불빛 아래 양키 캔들의 무거운 단 내. 이 모든 것은 내가 별로 달갑지 않아하는 냄새다. 그런데 이 향기로 가득 채워진 공간 가운데에는 항상 네가 앉아있다. 나는 너를 좋은 사람이었다고 기억하고 싶지만 공책에 베인 이 향기들을 떠올릴 때면 괜히 너는 이 세상에서 최고 나쁜 사람이 된다. 너는 고드름처럼 딱딱하고 차가운 말투로 마지막 인사를 하고 떠나간 사람인데, 내 기억의 공책을 열면 거부할 수 없이 퍼지는 기분 나쁜 향기의 중간에는 상쾌하고 시원하고 달콤한 작약같이 우아하고 풍성한 향이 미세하지만 기분 좋게 풍겨온다. 이건 너에 대한 미련일까. 다행 중 다행인 것은 너에게서 풍기던 머스크 향, 사람의 살 내음과 가장 유사한 향료라는 그 냄새는 기억할 수 없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머스크의 향은 자꾸만 코를 대고 싶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고 한다. 알면 알수록 그 매력에 끌리는머스크 향처럼 너란 사람을 알기 전에 이야기는 끝이 났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