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 보았으니 /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대학 초반의 나는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없고 남의 시선에 한없이 움츠러드는 작은 사람이었다. 나의 표현법은 타인을 위해 세워졌으므로 나는 단 한 번도 온전한 나를 당당하게 꺼내어 놓은 적이 없었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기준이 있으며 그 가치관에 간섭하는 것은 실례라는 것을 알기에 타인에게는 '그럴 수 있지'라는 관대함을 내비쳤으나, 반대로 타인이 나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에는 한없이 큰 두려움과 소극적인 방어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이런 나에게 나만의 감성이라는 것은 존재할 리 없는 부분이었다. 왜냐하면, 나만의 자존감이 부족했기에.


누쿠이 도쿠로의 '미소짓는 사람'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의 장르는 추리 소설이다. 추리 소설 마니아였던 나는 여느 때와 같이 발끝이 저릿한 스릴을 기대하며 책장을 펼쳤지만, 다 읽고 나서는 망치로 뒷통수를 강하게 맞은 것 같은 얼얼함을 느꼈다. 추리 소설의 탈을 쓴 이 책은 내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 주었는데, 그로 인해 전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상냥한 내가 된 것이다. "상대의 마음 속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지 못 하기 때문에 인간은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남을 본다. 어떤 사람은 니토를 선한 사람으로 보았고, 어떤 사람은 이상한 살인귀로 보았다. 나는 니토를 이해하지 못 할 가치관의 소유자로 보았다. … 전부 나라는 필터를 거친 허상이다. 허상은 허상일 뿐 진실은 아니다. (p.338)" 앞의 문장은 '미소짓는 사람'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부분은 작가가 소설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내용의 핵심이며, 내가 깨달은 교훈의 농축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필터는 다양하지만 비춰지는 주체의 본질은 '나' 하나이며, 모든 필터에 아름답게 보이는 피사체는 그 어디에도 없다.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그 과정은 길고 어려웠지만 나는 나로 살아가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며, 내 가치관과 기준의 중심은 내 안에 뻗어 있다. 나는 나를 나로 존재하게 하는 많은 경험과 환경 속에 둘러쌓인 사람이기에 축복 받은 사람이고, 그 축복을 인정하며, 그로 인해 만들어진 나를 떳떳하고 바른 존재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를 이루는 모든 것-이를테면 옷, 신발, 악세사리부터 표정, 말투, 언행까지-은 상대에게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며, 나를 가꾸는 디자인이고, 나의 감성을 내비치는 수단이다. 작은 부분은 곧 나의 온전한 것, 앞으로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나로 살아갈 수 있도록 나는 방법을 찾아 헤매일 것이다.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사, 1991

누쿠이 도쿠로, 『미소짓는 사람』, 엘릭시르,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