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좋은 디자인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정말 말 그대로 사용하기 편리한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다. 하지만 제품 하나를 놓고 판단하는 데에 있어 단지 사용이 편리한 정도만으로 좋은 디자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디자인의 요소들 중에 반대되는 성질들, 기능성과 심미성, 체계적이고 예술적인 것 사이의 경계선상에서 과연 무엇이 정말로 좋은 디자인인가? 좋은 디자인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이런 물음에 답하기에 앞서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기능성만을 추구한 제품과 미적인 요소만 추구한 제품이 있다고 가정해보라. 기능성만을 추구한 제품은 사용하기에 최적화 되어 편리하게 사용될 것이다. 반면 미적인 요소만 추구한 제품은 그런 미적 요소 때문에 사용하기에 불편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용하기가 불편하다고 해서 제품에 대한 사용자의 만족감이 무조건 적은 것은 아니다. 미적인 요소만 추구한 제품이 주는 만족감, 즉 외형적인 형태에 의한 만족감이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데에 오히려 더 큰 만족감을 줄 수도 있다. 비록 그런 심미적인 요소 때문에 사용하기가 조금 더 불편해지더라도 말이다.

 

 

사용 과정에 의해서 발생하는 사용자와 제품 간의 상호작용은 일회성이 아니다. 그 두 관계는 서로가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교류한다. 제품은 무생물체지만 사용자의 추억과 애착과 감정이 담겨있는 그릇이다. 제품은 감정을 촉진시키는 촉매와도 같다. 한 제품이 사용자에게 다가갈 때에는 단순히 사용성 이외에도 수많은 요소들이 작용한다. 그 요소들이란 제품을 구매할 당시의 환경과 맥락, 제품을 고르는 사용자 개인의 성향, 그리고 그것을 구매하고 쓰는 데에 작용하는 상호작용이다. 이 모든 상황에서 제품에 대한 사용자의 감정이 발생한다. 이 감정은 앞서 말한 추억과 애착 외에도 무수히 많으며 이들이 한데 어우러진 상태로 제품을 사용하게 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제품의 사용 대상이 인간인 한 빠짐없이 이런 감정요소가 작용한다. 때문에 단순히 사용성의 측면, 다시 말해 기능적인 측면의 옮고 그름만으로 모든 제품을 판단하기에는 문제가 따른다. 제품과 감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다.

 

 

제품과 감성은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전제 하에 사용자와 제품과의 관계는 크게 세 가지 단계로 분류한다. 첫 번째는 본능적 단계이다. 이 단계는 다시 말해 의식하기 전의 느낌이다. 어떤 한 제품을 처음 봤을 때 대상의 겉모양에 의해 발생하는 무의식적인 감정이다. 두 번째는 행동적 단계이다. 이 단계는 제품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경험에 관한 것이다. 사용성이라는 측면도 이 단계에 속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반성적 단계에 다다르면 사용자는 제품을 통해 이해와 의식을 하게 되고 감정이 최대로 발휘하게 된다. 이 세 단계를 구분짓는 요소는 시간이다. 앞의 두 단계, 본능적 단계와 행동적 단계는 현재 시점에 관한 것이다. 반면 반성적 단계는 과거를 추억하고 미래를 꿈꾸는 장기적인 관계이다.

 

 

이런 세 단계를 모두 만족시키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형태와 기능의 조화, 거기에 감성적인 요소까지 더한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다. 하지만 이 모든 단계를 만족시키는 제품이란 사실 있을 수 없을 만큼 어렵다. 감정이란 것이 너무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아이폰이 핸드폰에 혁신을 가져왔다고 얘기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아이폰을 쓰지는 않는다. 감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감성은 수치로도 표시하기 어렵고 같은 대상이어도 사용자가 다르면 달라진다. 게다가 사용자와 제품이 같은 경우라도 상황과 환경에 따라 또 다른 감정을 갖기도 한다. 결국 좋은 디자인은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다만 디자이너는 그러한 요소들의 경, 중을 따져가며 방향을 설정하고 무엇이 더 시장성이 있느냐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디자이너는 제품을 통한 감성적인 측면까지 고려해야 하고 또 계속해서 연구하는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도널드 노먼, 감성 디자인」 - 학지사,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