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수업

몸이 아파 결석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디자인 만능주의

 

2013년 일본을 강타한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에서 부패한 은행 상무는 은행의 역할에 대해 일본의 경제를 지탱하는 세계일류의 메가뱅크라고 말하자, 열혈 주인공인 한자와는 은행은 어찌됐든 대금업자고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에 따른 이자로 벌어들이는 것라고 한다.

 

디자이너들도 살아남기 위해 가식적으로 변하고 있다. “고객을 만족시키고 이익을 극대화 시키는역할에서 자연스럽게 이익을 극대화 시키는은 빠진다. 자본주의 사회지만 자본주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 미덕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객의 만족이 강조되다 보니 고객의 마음을 읽는 것을 넘어서 감동을 주고 욕망을 만족시키는 임무가 디자이너에게 더해진다. 정경원 교수는 디자이너가 고객의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배려하고 나누고 치유하는 디자인이 필요하고 최근의 트렌드인 빅데이터를 디자이너들이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끝나면 디자이너들이 신경써야할 것들로만 끝날지 모르겠다. 그러나 영국의 창조경제를 거쳐 사람 인생도 디자이너처럼 하라고 한다. 이정도면 가히 디자인 만능주의라고 이름 붙여도 될 것이다.

 

디자인과 디자이너가 현대기업에서 촉매 내지는 중간자 역할로 남아있지 않기 위한 몸부림으로 디자인 만능주의는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게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더 높은 직위로 가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디자인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수단으로 진화한다. “욕망을 디자인하라” 2부에서는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억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날개 없는 선풍기부터 주스 짜는 거미를 지나 디자인으로 되살아난 빌바오까지 디자인을 공부한 사람들이라면 듣고 또 듣고 들은 이야기가 반복되고 독자들은 그저 그냥 부러워 할 뿐이다. 심지어 이 사례들도 무엇인가 신선한 등장이 아닌 디자인 고전의 답습이다. 조선일보를 읽는 40-50대 이상의 남성들한테나 먹힐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열심히 살아온 그 분들의 삶의 가치를 디자인보다 낮게 보는 뉘앙스마저 느껴진다.

 

물론 제시한 사례와 디자인 경영에 대한 이야기들이 무가치하다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강한 기업은 강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90%를 위한 디자인을 이야기 하면서 패션 디자이너 매퀸과 패션 브랜드 루이뷔통을 언급하는 것은 무엇인가 모순되었다. 1880년에 디자인된 주전자의 영속성이나 뉴욕 도심 속 하늘 공원 하이라인 공원처럼 디자인이 정말로 사회에 긍정적인 작용을 한 사례를 차라리 심도 있게 분석하고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 길게 설명했다면 어땠을까 한다. 69페이지가 압권이었다.

세계적 불황에도 샌프란시스코나 토론토 같은 도시들이 호황을 누리는 비결은 동성애자나 외국인들을 아무런 차별 없이 문화적 관용의 자세로 끌어안는데 있다.”

노벨평화상을 디자이너가 받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3부의 브랜드와 디자인 경영론도 매우 인상 깊었다. 브랜드 정체성을 언급하면서 상위에 있는 브랜드들이 어떻게 그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는지는 설명조차 안하고 그저 누구나 다 아는 애플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지속적으로 애플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절묘하게 전략적 차별화와 경쟁적 우월성 확보를 위해 브랜드가 필요하고 이는 곧 디자인 경영의 필요성이다라고 절묘하게 독자들을 농락하고 있다. 백미는 처음에 강조한 디자인적 사고의 중요성과 융복합적 사고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결국 한국은 CEO의 결정이 중요하다로 마무리되는 마지막 부분이다.

이 시점에서 이 책이 나같은 디자이너를 위한 책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디자이너들을 잘 써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경영자들을 위한 책이었구나 깨닫게 되었다. 정말로 작가의 명성에 비해 상당히 무가치한 책이었다. 남는 것은 디자인이 아니었다. 중용 23장에 이런 말이 나온다.

한쪽을 지극히 함이니, 한쪽을 지극히 하면 능히 성실할 수 있다. 성실하면 나타나고, 나타나면 더욱 드러나고, 더욱 드러나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감동시키고, 감동시키면 변하고, 변하면 화할수 있으니, 오직 천하에 지극히 성실해야 능히 화할수 있다.

정녕 디자이너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