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과제 : 1. 이미지문화 비판 / 제목 : 넘쳐나는 이미지, 정복당하는 현대인
물질문화론, 채승진 교수님, 20070225
김재희, 0493071


졸업을 1년 앞둔 대학생 A군과 그 일당은 미팅 한번 안 해보고 대학을 졸업할 수는 없다는 위기 의식에 후배들에게 며칠동안 밥과 술을 화려하게 제공하여 드디어 미팅자리를 갖게 되었다. 장소는 대학로. 수많은 술집 간판들 아래에서 작전계획을 수립하던 가운데 드디어 미팅 시간. A군 일행은 그녀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근원을 알 수 없는 어색함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지만 다행이 몇 잔의 술들을 걸치면서 대화는 자연스럽고 무난하게 진행되어갔다. 잠시 방심하던 사이… 처음 만날 때부터 맘에 들었던 수려한 외모의 그녀가 말을 걸어왔다. “오빠, 근데 오빠가 입고 있는 그 티셔츠 진짜 폴로예요?” 어색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있는데 또다시 물어온다. “그 프라다 가방 가짜죠?”
인기 최정상을 달리고 있는 그룹의 팬인 고등학생 B양은 오늘 학교에 가지 않았다. 어제 이 그룹 멤버들이 살고 있는 집 옆에서 친구들과 밤을 지샜기 때문이다. 신문과 방송을 비롯한 온갖 매체에서 이 그룹의 해체설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고 소식을 듣자마자 친구들과 함께 오빠들 집으로 달려온 B양은 이렇게 중얼거린다. “해체라니… 말도 안돼. 오빠들은 내 생의 전부야. 오빠들이 해체하면 나에겐 죽음뿐이라구.”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C군은 오늘밤에 있을 ‘전투’를 위해 손목을 가볍게 풀어준다. 요즘 한창 새로 나온 온라인 게임에 흠뻑 빠져 있는 C군은 상대방을 하나씩 무찔러가며 자신의 캐릭터를 최신 무기로 무장시키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상대는 너무나 강적이다. 온갖 공격에도 끄떡없고 오히려 위협을 당하고 말았다. C군은 자신의 아이템이 아직도 절대 고수가 되기에는 멀었다고 생각하며 내일 학교에 가서 친구에게 더 좋은 아이템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결혼을 앞둔 D양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한가로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신세대 스타가 나오는 드라마가 끝난 후 조수미의 감미로운 노래를 배경으로 CF가 방송된다. 조만간 재미 사업가와 결혼한다는 광고 속의 여인이 들뜬 표정으로 부드럽게 말한다. “여자라서 행복해요.” TV를 멍하니 보던 그녀는 주술에 걸린 듯 광고에 나오는 냉장고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위의 몇 가지 장면들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상들을 간단히 스케치 해 본 것이다. 미팅을 하면서 상대방의 됨됨이와 인간관계를 보기보다는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의 메이커가 무엇이며 어떤 스타일로 치장했는가로 상대방을 평가하는 기준을 가지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 소속기획사의 엄청난 투자와 치밀한 계획, 주도면밀한 이미지 조작을 통한 ‘상품’이 되어 투자한 본전을 뽑기 위해 몇 년 동안 립싱크를 하다가 상품가치가 떨어지면 어느 순간 대중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 아이돌 스타들과 그들의 꾸며진 이미지에 열광하는 십대들, 그리고 사이버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게임에서 자신이 다루는 캐릭터의 생존을 위한 레벨을 높이기 위해 현금을 주고 아이템을 구입하고 때로는 사기와 폭력이 발생하기도 하는 온라인 게임세계. 레벨이 높은 사람은 ‘혈맹’과 같은 커뮤니티를 조직하기도 하고 같은 혈맹을 보호하기 위해 현실세계의 ‘조폭’ 집단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의 행동강령을 가지며 정기적인 만남을 갖기도 한다. 최근에는 사용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아바타(가상사회에서 자신의 분신을 의미하는 시각적 이미지)를 꾸미기 위해 많은 사람이 열광하고 있다.
텔레비전 속의 광고의 새로움을 추구함으로써 유행을 창조하고, 항상 유행의 최첨단에 서있는 까닭에 현재를 이야기하지 않으며 철저히 미래의 모습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진다. 정확히는 소비자가 원하는 미래의 이미지, 또는 광고가 만들어낸 미래의 이미지에 관심을 가지도록 만든다. 현재 속에서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광고가 주는 행복한 미래의 이미지를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광고가 약속하는 행복은 소비자의 주관적인 행복이라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외부적으로 판단되는 그런 행복이다. 즉 선망의 대상들이 되는 사람들을 끌어 들여 그 인물이 소유하고 있으리라고 짐작되는 포장된 이미지를 사도록 만든다.
여성지를 펼쳐 들면 잡지의 반 정도는 허영심을 유발하는 칼라광고로 가득 채워져 있으며 눈이 아파 잠시 바깥을 쳐다보면 높은 빌딩의 전광판에서도 온갖 화려한 화면들이 쉴 새 없이 펼쳐진다. 주위엔 온통 각종 이미지들로 넘쳐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미지라는 말은 라틴어 이마고(Imago)에서 유래한다. 이는 재현(Representat ion)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현실을 모방한다는 뜻이 된다. 이러한 이미지는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른 통신수행능력의 향상으로 더욱 빠르고 급속도로 확산하게 되었다. 과거에는 지구 반대편의 일을 얼마간의 시간 차이를 두고서야 알게 되었지만 현재는 해와 달이 뜨고 지는 자연적 시간대만 다를 뿐이지 전 지구촌에서 발생하는 일을 동시에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평소에 옷을 살 때나 머리에 물을 들일 때 혹은 일상의 생활에서 사고하고 이를 행동에 옮길 때 전적으로 자신의 자유의지에 의해서 모든 것들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많은 경우 매스미디어나 문화산업의 영향아래 가상의 이미지로 꾸며진 것들이 우리의 판단기준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사실이나 인물의 실질적이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평가하기보다는 꾸며진 이미지에 더욱 영향을 받는다. 현실은 그대로인데 현실을 모방해 낸 ‘이미지의 재현’이 오히려 현실을 압도해 버리는 일들이 현대에는 자연스런 생활상이 되어버려, 심지어는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가상의 이미지인가 헷갈리기도 한다.
우리가 살아나가는 현실은, 이윤이 생긴다면 뭐든지 ‘상품’으로 만들어 내고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온갖 이미지를 꾸며다가 포장한다. 그리고 신문, 방송, 거리의 모든 전광판과 사이버의 바다에 흠뻑 뿌려댄다. 대중은 매체의 영향에 자유로울 수 없기에 끊임없이 상품을 욕망하고 우상화한다. 현실과 상품으로 포장된 이미지 사이의 비판적 거리 만들기가 불가능해져가며 대중은 무기력하게 이미지를 사는 놀이에만 열중할 뿐이다.

현실과는 괴리된 가상의 이미지가 우리를 농락하는 지금,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자신의 취향과 선택에 대해 스스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스스로 떳떳하게 자신의 문화적 선택과 행위에 대해 이유를 밝힐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늘 “왜?”라고 하는 의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이것은 얼핏 매우 피곤하고 쓸데없는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가운데 우리는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자신이 즐기고 수용하는 ‘이미지’에 대해서도 그만큼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통신수단의 발달로 외국 문화가 쏟아져 들어오고 매체와 문화산업이 커지고 그래서 엄청난 ‘가상의 이미지’ 홍수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우리 모두가 문화적 주체로서 올곧게 생활한다면 자연히 우리 문화는 건강한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 각자가 그저 한낱 소비자로서 일시적인 만족과 쾌락에 안주하고 아무런 문제의식도 주체의식도 가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돈벌이에 급급한 자본가들과 외국의 문화산업에 의해 철저하게 점령당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 아무 데서도 우리 자신을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단지 텅 빈 머리를 지닌 존재만이 살아가게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