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교수 : 채승진
과 목 : 물질문화론
주 제 : 우리나라 현대문화의 특징과 비판
학 번 : 0493025
이 름 : 백소정

제 목 : 대중문화 지배자의 향유

한국 문화연구에 있어서 문제점으로 문화생산과 소비의 작용 원리에 대한 구조적 분석과 문화연구의 방법론에 대한 구체적 논의들의 부재, 그리고 문화 산업의 이윤증대와 대중문화의 무비판적인 담론들의 범람을 들 수 있다. 문화연구나 문화비평에 있어서 비판성 회복이라는 직면한 문제에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나 가벼운 문화평론의 범람이 언론의 상업주의에 세태나 남의 세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거둔다는 지적 역시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한국 사회가 소비사회로 진입한 것이 정확히 언제부터인가에 대해서는 단언할 수 없지만 소비양식이 일상 삶에 있어서 지배적인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소비를 근간으로 하는 사회에서 소비의 작용원리를 가져오는 현상 가운데 하나인 유행은 소비 욕구의 창출을 위해 가장 손쉽게 사용되는 방법일 것이다. 변화를 추구하고 새로운 것을 갈구하는 인간 본연의 심리적 욕구를 상품판매방법으로 사용하는 현상은 비단 소비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소비욕구를 창출하기 위해 유행의 변화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내적인 욕구에 달려 있지 않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참으로 필요한 욕구에 의해 상품을 구매한다고 믿고 있다. 이 같은 조작되고 강요된 욕구는 외부로부터 야기된 것이기에 자기화 되지 못한 허위적인 욕구이다. 유행의 변화는 소비자의 욕구변화에 상응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 소비를 목적으로 하는 생산자들의 욕구의 변화일 뿐이고 상품의 입장에서 보자면 상품의 욕구변화인 것이다. 유행을 따르는 소비자들에게 가져다주는 반사회적인 이익은 사회적 승인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사회적인 만족감을 가져다주는 데 있다. 이를테면 유행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은 사회변화의 최첨단에 위치하고 있다는 자의식, 부의 과시, 세련된 취미를 지닌 감수성 혹은 동질성이나 소속감 등을 만족시킨다. 유행은 개체들을 전체로 묶어주는 통합의 한 방식이다. 이 같은 유행현상은 단순히 상품 소비행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전반적인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소비사회의 텍스트들, 혹은 영상매체시대의 텍스트들은 문자시대의 텍스트들과는 분명히 다르다. 기존의 텍스트들은 대부분 활자매체에 의존하였으며, 저자의 의도가 분명하고 독자가 수용자들을 계몽화 시키거나 어떤 가치관을 주입하려는 선교자적 목적을 지녔다. 하지만 소비사회의 텍스트들은 영상매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영상매체 시대의 담론의 특성은 불확실하고 불확정적이라는 것이다. 이 점은 특히 광고에서 확연하게 드러나는데, 광고제작자의 의도는 상품의 정보전달이라는 목적보다 상품의 내용과는 상관없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데 집중된다. 광고에서는 이미지와 실재의 구별이 혼동되는 경향이 있다. 광고는 형식미의 끝으로 내닫고 있는 것이다. 텍스트들은 이전과 같이 권위적이고 계몽적이지 않다. 그 텍스트들은 기존의 글쓰기 방식과는 달리 쉽게 해석되지 않는 의도들을 지니고 있는 까닭에 더한층 전문가적인 해체와 분석의 작업이 요구된다. 이런 맥락에서 대중문화 분석은 텍스트 배후의 의도를 읽어내야 한다.
예술과 문화라는 것이 어떤 고정된 개념이나 정의를 전제로 할 수 없는 성격이라는 사실, 말하자면 예술의 가치라는 것은 사회 역사적 전승의 과정에서 부여된 의미관계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대중문화 현상은 이 시대의 ‘정서구조’를 이해하는 데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접근은 오직 대중문화의 생산물에만 국한되기 때문에 그것의 생산, 분배 그리고 수용의 전 과정을 사회구조와의 관계 속에서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있다.

대중문화는 비록 그 기원이 어디이건 이제 전 지구적으로 확산된 문화현상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대중문화는 각 지역, 각 민족의 지배적인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민중으로부터 자발적으로 생산된 문화로, 아니면 강요되고 조작적인 문화로만 볼 수도 없다. 다양한 의식과 욕구를 지닌 주체들과 사회계층의 이해가 상충되고 있는 장인 것이다. 현대문화의 여러 양상들이 지니고 있는 정치적 중요성을 연구하는 작업은 나아가 문화제도와 기구, 특정한 역사적 혹은 사회경제적인 상회에 있어서 인간의 의식이나 상식, 계급과 권력의 관계에까지 연계되어 있는 것이다. 대중문화를 단순한 사회현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배적인 정치신념의 체계와 사회경제적인 맥락에서 형성된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대중문화가 유통되는 주요 정치적 ․ 사회적 ․ 경제적 제도들 역시 빠뜨릴 수 없는 문제인데, 말하자면 지배계급의 사상과 문화가 전체 사회의 규범적 구조로서 어떻게 제도화되었는가 하는 문제와 제도화된 가치들이 어떻게 실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가, 아울러 그런 가치 초래하는 문화적 수용 내지는 반응은 대중문화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에서 중요한 영역인 것이다.
대중문화의 수용자들을 단순히 무비판적으로 문화를 향유하는 수동적이고 조작적인 집단으로 파악한다면, 문화의 변혁은 오로지 생산자의 손에 일임될 것이고 작품만이 유일한 원동력이 되고 만다. 대중문화의 수용자들이 지니는 자발성과 비판성은 무시되고, 대중문화라는 오염되고 타락한 문화에 의해서 일반대중들은 한층 더 퇴폐적으로 되고 만다. 이러한 내용들은 수용자들의 비판능력과 자기반성의 능력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을 익명의 집단으로 일괄하여 취급하는 엘리트적이고 귀족적인 입장에서는 대중이란 쉽게 조작이 가능하고 자기 정체성이 결여된 모습으로 보일 뿐이다. 물론 금세기 초엽 나치정권이 라디오나 스포츠를 이용해서 대중을 조작하고,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라디오와 매스 미디어가 여론조작의 도구로 이용되었던 구체적인 상황이 엄연히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87년 대선에서 TV매체의 위력을 십분 경험했던 적도 있다. 할리우드나 매스 미디어를 통해 제공되는 지배적인 문화현상 앞에서 대중적인 저항이란 결과적으로 불가능할 뿐이었다. 대중문화는 고급문화에 의해서 지양되어야 하며, 사회의 비판적인 전망은 오직 사회에 대해 저항적이고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는 고급예술, 그것도 항상 제도권에 저항하고 상업화에 물들지 않는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모더니즘의 미학에서만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전개되었음을 예측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배계층은 자신들의 지배를 영속화하기 위하여 그들의 철학과 문화, 가치관을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 이 같은 주도권은 매스 미디어, 교육, 문화, 언어 등을 통해 획득된다. 그리하여 사회변혁 운동은 이와 같은 특정한 사회가 지니는 주도권이 구체적인 역사적 내용을 토대로 하여 기존의 이데올로기적 유대를 끊어버릴 수 있는 대항적 주도권의 창출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보는 진전된 문화이론을 제시하였다. 이 같이 일상적인 관심사에 매몰되어 있는 대중들의 즉자성을 지양하여 대중을 역사의 주체로서의 대자적 존재로 어떻게 고양시키느냐의 문제를 놓여 있었다.
대중들에 대한 전체주의적 시각과는 달리 대중문화의 수용자들은 다양한 욕구와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된 문화의 잠재적인 창조자이며 역사적 주체이다. 아울러 미디어 자체도 사회의 개혁을 위한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텔레비전의 시청자들은 반성적인 자기의식을 지닌 존재이다. 이 같은 시각에서 문화란 수용자와 생산자의 상호작용으로 이해된다. 수용자들은 역시 문화적 의미구성에 참여한다고 볼 수 있다. 문화란 단순히 사회통합에 봉사하는 어떤 획일적인 체계가 아니라 의미에 대한 진지한 경쟁과 투쟁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대중문화에 대한 비판적인 부분은 대중들의 일상적인 의식과 태도는 물론 신념과 가치관을 이해하고, 이 같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변혁의 가능성을 그려내는 실천성을 주된 과제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문화로서의 문화나 비판으로서의 비판이라기보다는 지배가치로부터 벗어나려는 정치적 실천의 목적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문화와 예술의 해방적 역할을 중요성을 바로 이런 맥락에서 문화정치학과 연계된다. 문화연구는 현대 대중문화와 대안적 문화에 대한 전망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진다. 아울러 문화연구는 새로운 사회조직, 공동체성, 새로운 가치와 삶의 태도들을 지향하는 계획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대중문화는 소비자의 욕구에 부합되어 생산된다고 주장할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은 본래 건전한데 저질의 대중문화를 수동적으로 접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유행에 민감한 의식을 지니게 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전자의 입장에서는 대중문화는 조작이나 기만적인 허위의식의 산물이라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으며, 후자의 입장에서는 대중이 허위의식과 허위욕구를 지닌 소비사회의 조작된 집단이라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의지와 욕구를 지닌 주체들의 창조적이고 비판적인 집단이라는 주장으로 연결된다. 이 점에서 대중문화는 상당한 의견의 차이를 보인다.
이미지는 실재와 구별되지 않는다. 가상과 현실의 불확실성은 일상 삶의 담론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정치와 이데올로기의 문제는 이제 현실의 뒷전으로 밀려났다. 성급하게 이 같은 현상을 ‘이데올로기의 종말’ 혹은 일상 삶의 탈정치화로 진단하지만 오히려 정치와 이데올로기의 문제는 의식의 밑바닥으로 침전해 가고 있다. 이러한 대중문화가 사회에서 차지하는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으로 그에 대한 분석의 필요성이 갈수록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대중문화는 문화상품을 생산하는 이들의 제작의도와 가치관, 생산물들의 유통과정과 분배구조, 그리고 수용자들의 생활세계에 파급되는 효과들을 밝혀내야 한다. 문화적 표현물들이 기존의 사회질서를 더욱 고착화시키며 재생산하는 기능을 함으로써 인간의 사회정치적 의식의 변화를 사상하여 버리는 은폐된 의도를 지니고 있다. 이런 식으로 대중문화를 이데올로기적 주도권이나 지배계급의 이해가 표현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아울러 대중문화를 대중들의 희망과 휴식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카타르시스적 기능을 지니고 있는 유토피아적 이미지와 행복과 위안의 생산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대중문화는 상승하는 계층이나 새로운 세대의 문화적 표현으로, 보수적이고 지배적인 집단의 자기이해의 고착화로, 대중들을 위한 위안과 오락의 기능을 지닌 것으로 이해되어야 하며, 따라서 다양한 욕구와 갈등의 각축장으로서 논의 되어야 한다.

대중문화가 오늘날 주체형성의 지배적인 작용원리라는 사실은 오히려 역으로 사회변혁의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담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회변혁의 프로그램은 이제 현실 삶의 내부로부터 변혁의 계기를 제시하여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현실 삶의 정확한 진단은 변혁의 기획과 연결된다. 사회지배와 사회변혁이 경제적 ․ 정치적 층위로부터 문화적 층위로 지각변동하고 있다는 현실인식은 문화에 대한 이론적 성찰이 바로 사회적 실천과 맞닿아 있음을 의미한다. 새로운 가치와 삶, 공동체의식과 인간성의 실현, 노동과 유희의 조화를 통한 재창조는 기존 가치에 대한 저항과 새로운 문화공간 속에서 비로소 가능하다. 특히 상품이나 문화생산물에 대한 소비이론을 더욱 발전시키고, 일상성에 대한 학제적 분석과 새롭게 부상하는 문화들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된 정서와 의식의 흐름을 예의 분석하여야 한다.





참고문헌
한국 사회와 모더니티, 사회와 철학 연구회, 이학사
한국인에게 문화가 없다고?, 최준식, 사계절
비판적 대중문화론, 양건열, 현대미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