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DEVIL’S GARDEN
악마의 정원에서

“죄악과 매혹으로 가득 찬 금기 음식의 역사”

지은이 스튜어트 리 앨런
옮긴이 정미나
펴낸이 박광성
출판사 ㈜생각의 나무
출간일 2005년 2월 14일

물질문화론 | 채승진
2006_02_06 | 0393039 임지현



▧ 목차

1장 색욕
첫 입, 그 달콤새콤한 맛 / 크리스마스트리에는 사과가 열린다 / 사과 따기 후 마시는 양털 한 잔 / 에덴동산의 선악과는 토마토? / 케첩은 원래 중국에서 왔다 / 바질 잎을 딸 때면 욕을 하세요 / 성스러운 바질 차 / 최고의 최음제는 인간의 살 / 신의 음식에서 항문 성교까지 / 아스텍 귀족들의 초콜릿 음료 / 남자들의 음식은 자급자족형 / 비아그라, 보호동물들의 구세주 / 부활절 달걀은 태초의 무지개
2장 폭식
폭식은 양이 아니라 질의 문제 / 트로이의 목마, 아니 돼지 / 잣 소스를 곁들인 삶은 달걀 / 천국에서는 트림도 향기롭다 / 만나로 빵을 구워먹는다고? / 성녀도 슈퍼모델도 이브의 후예 / 성인들이 애호한 쐐기풀 수프 / 레드 레이디의 신성한 젖 / 지방이 없으면 맛도 없다 / 미테랑 대통령의 최후의 만찬
3장 오만
식탁 앞의 민족주의자 / 흙을 먹는 사람들 / 공짜 점심 한 번에 무너진 마을 / 최후의 만찬은 범죄였다 / 황제의 창자 점과 슬럼의 핫도그 / 예지력 있는 닭의 간 / 옥수수가 ‘정크 푸드’라고? / 나비 인간과 인디언의 지혜 / 하늘색 콘플레이크 / 콩밭에는 유령이 있다 / 왕의 과자 : 아폴로에서 루이 16세까지
4장 나태
인스턴트가 이상적 노동자를 만든다 / 영국의 세계지배는 맛없는 음식 때문? / 프랑스의 도덕은 오븐 안에 달려 있다 / 구두장이 필리프의 아주아주 슬픈 이야기 / 체리를 얹은 처녀의 젖꼭지 / 아일랜드를 울린 ‘게으른 뿌리’ / 진정한 매시드 포테이토의 시대가 왔는가 / 금주법이 여성 선거권을 낳았다 / 사람을 미치게 하는 초록빛
5장 탐욕
폭식하는 놈 위에 탐욕스런 놈 있다 / 살아있는 통돼지구이와 사회주의 / 성찬식이 식인 행위라고? / 침팬지 요리가 에이즈를 불렀다 / 미친 소, 웃는 사람, 그리고 LSD / 그대의 어머니를 먹지 말라 / 우유가 잘 받으십니까? / 아이티의 돼지들은 어디로 갔는가
6장 불경
식탁 예절에서 비롯된 종교 의식 / 유대인 차별에 이용된 돼지 / 종교 재판소와 함께 전골 요리를 / 정결한 음식이 도대체 뭐지? / 미식이 있는 곳에 궤변이 있다 / 사순절에 즐기는 베이컨 에그 / 기독교를 둘로 갈라놓은 효모 / 오늘도 당신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었으니 보답하시오! / 개고기, 탐닉과 혐오의 사이에서 / 소 숭배에서 스테이크 숭배까지 / 마사이족의 유별난 소 사랑
7장 분노
피, 아니 소스로 얼룩진 고기 / 요리사의 잔인함은 손님의 기쁨 / 바삭바삭 부서지는 이 느낌이 좋다 / 천국은 채식주의자들의 것 / 히틀러 최후의 추종자는 요리사였다 / 자살도 좋다, 해탈을 위해서라면 / 푸아그라와 프렌치 커넥션 / 백인들아, 매운맛 좀 봐라 / 미치광이를 위한 팝콘 / 장미라고 다 향기로운 것은 아니다 / 오신채를 뺀 불교식 볶음 / 최고의 디저트는 집에 불지르기
8장 여덟 번째 죄


▧ 내용

음식에 대한 금기,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아감과 이브가 따먹은 선악과이다. 인류를 에덴동산에서 번뇌 가득한 세계로 쫓아낸 이 선악과를 많은 사람들은 사과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당시 켈트 기독교를 견제하기 위한 로마 가톨릭의 조작이었다. 당시 로마 가톨릭은 포도와 포도주를, 켈트 기독교는 사과와 사과주를 신으로 여긴 두 세력의 경쟁이 당시 유럽을 반으로 나눌 위험한 상황이 되자 불쑥 선악과가 사과로 대체된 것이다.
15세기 유럽에서 토마토는 금단의 열매였는데, 그 이유는 콜럼버스가 도착한 남아메리카를 에덴동산이었다고 착각했고, 그러므로 거기서 가지고 온 관능적인 열매가 선악과라고 생각한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런 인식은 19세기 초까지 이어졌는데, 로버트 존슨이라는 사람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직접 토마토를 먹자, 몇몇 사람은 기절까지 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만큼 금기 음식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전해주는 일화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초콜릿에서 푸아그라, 감자칩에 이르기까지, 에덴동산 시절부터 오늘날 까지 금기시한 음식을 소개하고, 아울러 그 의미도 다루고 있다. 인생이란 결국 먹고 사는 일이다. 그러므로 어떤 음식을 금기시 한다면 거기에는 대부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기 마련이다. 지은이는 금기시되는 음식들이 특정 죄와 관련 있다는 이유를 착안해서 이 책을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그 유명한 7대 죄악과 동일한 항목으로 구성하였다. 각 장마다 실린 이야기는 모두 특정 사회에서 특히 혐오했던 악덕과 관련 있다는 이유로 금기한 음식에 대한 이야기 들이다. 각 장마다 갖가지 소재의 음식과 다양한 이야기, 그리고 조리법까지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금기식에 대한 관습들을 접하면서 역사를 색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쾌락의 속성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며, 일상적인 음식을 통해 인류가 얼마나 유쾌하고 구역질나는지, 또 얼마나 신성하고 세속적인지에 대해 숙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인상 깊었던 이야기

2장, 폭식 - “미테랑 대통령의 최후의 만찬“
프랑스 대통령 프랑수아 미테랑은 자신이 암으로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연 마지막 새해전야 만찬에서 마지막으로 맛보고 싶어 했던 것이 명금 오터런 고기였다. 오터런은 세계 최고의 음식 가운데 하나다. 레몬색의 사람 발가락만한 새이다. 오터런은 산 채로 잡아 눈을 가리거나 빛이 들지 않는 상자 안에 넣어놓고 한 달간 기장, 포도, 무화과 열매 따위를 듬뿍 먹인다. 그래서 이 새의 몸집이 정상의 네 배로 불면 아르마냑을 채운 스니프터(몸통부분이 넓고 입구가 좁은 튤립형의 대형 잔) 안에서 산 채로 익사시켰다. 이런 사디스트적인 연출로 순결의 상징이었던 오터런은 폭식이라는 타락의 상징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요리는 정말 단순하여 그냥 높은 온도의 오븐에서 6~8분 정도 굽기만 하면 그만인데 놀라운 것은 그 먹는 방법이다. 먼저 전통 문양이 수놓인 천을 머리에 뒤집어쓴다.(이것은 자신의 사디스트적인 폭식을 부끄러워하여 하나님께 보이지 않으려는 이유와 반대로 기도하듯이 온 정신을 이 음식에 집중하기 위해서 라고도 한다.) 그리고 그 새를 통째로 입 속에 집어넣는다. 단, 머리는 집어넣지 말고 입술 사이로 삐죽 삐져나와 달랑거리게 해야 한다. 이제 그 머리를 물어뜯어서 버려라. 오터런은 요리를 한 즉시 내가야 한다. 먹는 사람이 입안에 덥석 집어넣었을 때, 너무 뜨거워서 바로 삼키지 못하고 혀에 좀 놔두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좀 식혔다 삼키라는 뜻도 있지만,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 아주 맛좋은 그 새의 지방이 목구멍을 타고 줄줄 떨어지도록 하라는 것이다. 그러고 있다가 식으면 이제 씹어도 된다. 가슴과 날개, 그리고 쉽게 바삭바삭 부서지는 뼈와 내장까지 다 씹어 먹는 데는 15분 정도가 걸릴 것이다. 이 요리에 열광하는 추종자들이 주장하기를, 천을 뒤집어 쓴 채로 어둠속에서 그렇게 씹어 먹고 있으면 이 새가 살아온 전 생애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프랑스 요리사는 “이보다 훌륭한 음식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정말 맛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미테랑 대통령은 한사람이 한 마리씩만 먹도록 제한된 전통을 어기고 두 마리나 먹었다. 그리고 이 두 마리 오터런이 그가 마지막으로 맛본 음식이었다.


7장, 분노 - 바삭바삭 부서지는 이 느낌이 좋다.
스낵바의 통로를 살펴보자. 그곳에서 파는 포테이토칩 같은 간식거리들이 대리폭력을 더욱더 즐기도록 부추길 의도로 특별히 고안되어 온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미국에서 팔리는 많은 양의 스낵 중 절반은 크런치 스낵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빠른 증가율을 보이는 것이 ‘extreme food'이다. 이것은 분노를 연상시키는 극도의 청각효과를 유발하여 ‘뇌를 쪼개는 소리, 비명소리, 뼈를 부스러뜨리는 소리’ 등 을 담고 있다. 그 봉지를 보면, 잡은 먹이를 질질 끌고 와서 낑낑대고 욕을 내뱉으면서 맨손으로 배를 가르는 것과 과정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그 안에 담긴 칩은 음식으로서는 거의 무익한, 지방과 소금뿐이다. 우리가 이 음식을 먹으면서 간절히 바라는 것은 그들의 공포에 찬 비명 소리다. 칩은 입을 다 벌려야 할 만큼 아주 크게 만들어진다. 그래서 고주파포효가 얼굴 주위로 빙 퍼지면서, 그 소리가 하나도 달아나지 않고 귀까지 그대로 전달될 수 있게 했다. 또 공기를 채운 아주 작은 ‘구멍들’을 표면에 잔뜩 만들어 놓아, ‘산산 조각이 난 녹말과 지방의 파편들이’ 입안에서 튀면서 그 사랑스러운 포효가 더 일어나도록 해놓았다. 포테이토칩을 한입 가득 먹고 있는 사람은 대략 100데시벨 정도의 소리를 경함한다. 나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95데시벨의 소리는 사람의 공격성향을 현격히 증가시킨다고 한다. 후각, 미각 치료연구재단의 신경학과장은 “크런치 스낵의 매력 가운데는 분명 파괴 행위에 대한 원시적인 감각도 포함된다. 뭔가를 파괴하면 자신이 어떤 위력을 쥔 듯한 감정이 생기는데, 바로 그런 이유로 수많은 사람이 이런 종류의 음식을 ‘부술 때’의 감각에 아주 만족스러워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잠재의식 속에 억눌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청소년 유치장의 식단에서 스넥류를 제거하자 수감자의 폭력이 반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우리가 즐겨 마시는 음료들조차도 일종의 폭력성을 가지고 있다. 김빠진 탄산음료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이산화탄소기포가 혀에 닿아 터지면서 잠재의식 속의 삼차신경에 고통을 가할 때 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모든 문화는 식욕을 돋우기 위해 잠재의식 속의 폭력성을 자극 하는 나름대로의 방법을 가지고 있다.


▧ 결론

“모든 것을 먹을 수 있다면, 맛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현재는 한때 금지되었던 음식들 중 거의 대부분이 용인되고 있다. 또한 주류사회에서는 이제 절대적인 금기식 이라는 것이 과거사로 치부될 뿐이다. 문제는 현대의 이런 자유가 우리의 삶을 더 나아지게 했는가 하는 의문이다. 확실히 어느 때보다 지금 더 풍요롭고 다양한 음식을 즐기고 있지만 뭘 먹어도 예전만큼 만족스럽지 못한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 이러한 불만족의 원인은 “과거와의 깊은 분열”이라 할 수 있다. 먹는 일의 의의에 핵심을 빼냄으로 피상적이고 무의미한 즐거움에 젖게 하는 풍조를 낳아 일종의 정신적 쇠약을 야기한다. 과거의 금기식과 규율들이 때로는 터무니없고 흉악스럽긴 했으나, 가장 보편적인 사회 집단에 의미를 부여해 줌으로써 삶을 더 깊이 있게 해주기도 한다.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를 규정한 법들은 문화나 시간에 대한 감각을 예리하게 만들어 주었다. 수천 년간 지켜져 온 금기와 의식들을 너무 분별없이 내팽개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법칙들을 만들어 내기 전에도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뭔가를 금지한다는 것은 그것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사항임을 누설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이브의 뒤를 이어온 ‘전위파’들에게 뛰어넘어야 할 벽을 제공함으로써 그 틀을 잡아가기 때문이다. 어쨌든 규정을 깨고자 하는 욕구는 가장 인간적인 기쁨이다.


▧ 논점

이 책의 결말은 왠지 오묘하다. 금기의 음식으로 인해 자행된 끔찍하고 어처구니 없는 일들을 설명하고, 사치스러운 음식들의 향락과 파티를 묘사하다가, 작가는 느닷없이 엉뚱한 결론을 제시한다. 결국 작가는 어떤 음식의 금기에 대해 어느 정도 찬성하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음식의 금기에 비판을 하는 줄로 알았는데... 지금처럼 상업적인 패스트푸드와 프렌차이즈 사업 때문에, 우리는 (돈만 있으면)거의 모든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금기시되는 음식이 없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작가의 말대로 '인위적인 낙원(가짜로 포장된 것이 너무 많아 진정한 맛이 결핍되어 있다곤 하지만 모든 즐거움이 언제든 가능한 곳)' 속에서 배부르게 먹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인공적인 맛은 넘치지만 그 안에 진정한 맛은 결핍되어있는 낙원.
음식의 금기는 우리 인간의 음식사에 어떤 공헌을 했을까? 부정적인? 긍정적인? 이 책의 끝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부정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엉뚱한 결론을 읽고는 더 많은 생각이 필요할 듯하다. 사람의 가장 큰 욕망인 식욕에 대해, 과연 금기식이 삶을 더 깊이 있게 해주는 것인가에 대해 인류의 음식 역사와 관련하여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