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학년도 1학기 인간공학실습 목요일 1,2,3교시
산업디자인 학과 0682357 김 준호


Homo faber –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

Man is a tool-using animal… without tools he is nothing, with tools he is all.
-Tomas Carlyle

+인간공학의 시작과 이유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다. 다른 동물들에 비해 턱없이 연약한 신체 조건을 갖고 있는 인간이 세상을 뒤덮고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도구를 사용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Carlyle의 위의 말처럼 새에게는 날개가, 물고기에게는 아가미와 지느러미가 있듯이 인간에게는 Tool 이란 것이 있다. 단순하게 인간을 도와주는 차원의 것이 아닌,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이 말은 어떻게 들으면 인간보다 도구를 우선시 하는 잘못된 해석을 할 수도 있는데 이것은 도구를 사용하는 주체가 누구인가를 잊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인간은 필요에 의해 도구를 사용 했지만 도구를 만드는데 있어서 도구가 사용될 목적만을 제1의 목표로 삼고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무언가를 잘라야 한다는 기능이 필요하다고 할 때 ‘칼날’의 강도와 예리한 정도만을 생각해왔다. 이것은 “From follows function”이라는 문구로 함축되는, 20세기 초에 디자인, 건축 분야에서 제창하던 기능주의(Functionalism) 이론에서 극에 달한다. 그러나 이 이론은 얼마 가지 않아 극심한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인간이 도구로 인해 완벽해 지듯이 도구 역시 인간에 의해 의미가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도구가 연결되는 ‘칼 손잡이’라는 일종의 인터페이스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한발 더 나아가 단순히 일차적 인터페이스뿐 만 아니라 사람의 심리 까지도 고려 해야 하는, 즉, 좋아하는 색, 모양 등 욕망을 채워주기에는 기능주의 이론은 턱없이 부족한 점이 많았다. 따라서 디자인의 본래 목적과는 매우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깨닫고 나서부터 기능 외의 다른 분야에 자연스럽게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렇게 ‘칼날’ 다음에 ‘칼 손잡이’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게 된 것 역시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얘기였다. 칼날이 아무리 잘 들어도 사람이 그것을 들고 자를 수가 없다면 궁극적으로는 전혀 쓸모가 없는 위험한 쇳덩어리밖에 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도구가 제 기능을 발휘 하기 위해서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그때부터 도입된 것이 인간계측학(Human measurement)이라는 개념이었다. 이것이 지금의 인간 공학의 시작이 되었는데 지금과는 개념 자체가 많이 달랐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산업이 급격히 발전하는 상황에서 인간은 어디까지나 기계의 부속품, 혹은 조정자(Controller) 정도로 취급되었을 뿐 여전히 기계가 최고의 기능을 발휘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단지 인간이라는 부품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기본적인 특성을 알아야 했고, 그를 위해 인간의 기본적인 치수나 한계 등의 연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런 인간에 대한 생각은 1933년 세계 박람회의 모토였던 “과학은 발견하고, 산업은 응용하고, 인간은 수용한다.” 라는 문구에 여실히 드러난다. 이것 역시 기능주의 이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어디까지나 인간과 기계로 이루어진 하나의 시스템이 최적의 기능을 발휘 하기 위한 연구에 불과했다. 물론 지금의 인간공학도 시스템의 효율성을 극대화 한다는 부분은 예전과 다를 바 없지만 그 시스템의 주체가 기계였다는 것이 문제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Lewis Mumford는 “인간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적극적으로 하려 해도 기계가 생각하는 바와 같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기계가 움직이는 대로 인간이 거기에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안 된다.” 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것은 기계가 먼저 존재하고 인간을 훈련시켜 기계에 맞춰 나가야만 하는 상황을 나타낸 것으로 인간공학의 필요성을 역으로 표현하고 있다.

+인간공학의 과거와 현재

“인간의 행동 능력 한계 등 제반 특성들을 연구하여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 기계, 시스템, 업무 및 작업 환경 등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며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데 활용하고자 하는 과정” 이 일반적인 인간공학의 정의라 할 수 있는데 언뜻 봐서는 20세기 초의 인간 공학과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다. 그러나 이곳에서 초점을 맞춰야 하는 부분은 인간공학을 연구하는 지향점에 대한 부분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며 안전하고 편리하게” 라는 부분이 바로 현대 인간공학의 핵심요소라 할 수 있다. 이전까지의 인간공학이 기계중심의, 기능주의적인, 즉,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것에만 초점을 뒀다면 현대의 인간공학은 인간을 중심으로 한 안전하고 편리함이라는 요소가 추가된 것이다. 이렇게 의미가 변화된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첫째로, 1940년대부터 점차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밥벌이를 위한 노동보다는 즐길 수 있는 노동, 보다 편한 일을 찾기 시작하게 된 것이었다. 다시 말해 디자인의 시작이 그러하였듯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자 그 위에 욕망이 자리잡으면서 좀더 편안함을 누리려 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계들이 수동(Manual)에서 자동(Automatic)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람의 기계적인 역할은 기존의 조종자(Controller)에서 감시자(Monitor)의 형태로 변하게 되어 인간이 받아들여야 할 정보의 양이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심리적인 부분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이었고 일본에서는 이것을 보다 심화, 발전시켜 ‘감성공학’이라는 용어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감성공학이라는 분야는 인간공학의 한 분야이긴 하지만 인간공학에서 일반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보다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 상태를 연구하는 것으로서 소비자가 갖고 있는 제품에 대한 욕구, 추상적인 이미지, 혹은 느낌들을 물리적인 디자인 요소로 해석하여 제품의 디자인에 반영시키는 기술을 의미한다. 그러나 결국 연구 방법의 차이가 다소 있을 뿐 이런 요소들을 표현하는 것은 실체화 된 제품이며 사람이 그 제품을 사용 하는 것은 제품과 접촉하는 1차적인 단순감각들이 종합되어 설계자가 의도한 이미지를 구축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곧 MMI(Man-Machine Interface)를 디자인 하는 것으로 결국에는 인간공학의 기본적인 특성을 따르고 있다.

+인간공학의 목표, 그리고 디자인..

인간공학의 시작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필요에 의해서였다. 하지만 시작에 있어서도 미국과 유럽간의 상당한 차이가 있었는데, 미국의 F.W.Taylor의 <과학적 관리법의 원리>, F.B.Gilbreth의 <동작연구> 등에서 출발해 H.Munsterberg에 의해 심리학을 생활에 응용하는 과학으로서 정신공학(psychotechnik)에 의해 심리학 중심의 인간공학으로 발전한 반면 유럽에서의 인간공학은 사용하는 어휘 자체에서부터 차이를 보인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Human Factor 라고 하는 반면 유럽에서는 Ergonomics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것은 ergo(노동) + nomos(관리법칙) + ics(학문) 이 결합된 용어로써 노동 생리학 연구소가 인간공학의 중심이 되었다. 출발은 서로 달랐지만 결국 목표는 인간을 좀 더 알고자 함이었고 심리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인간의 특징이었기에 하는 지금처럼 다양한 분야를 포괄적으로 연구하는 인간공학의 형태로 발전한 것은 인간의 특성상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인간공학이 인간 중심의, 디자인에서 말하는 UCD(User-Centered Design)에 초점을 맞추고 있긴 하지만 단지 인간만을 다루는 학문은 아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시스템을 보다 효율적으로(이 부분에서 효율적이란 것은 단지 기능만을 뜻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편안함, 안전성 등을 포함한다.) 돌아간다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 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여러 가지 자료를 토대로 전체 시스템, 즉 도구와 그것을 감싸고 있는 환경까지도 고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이에서 공통 분자가 되는 MMI가 인간공학의 중심이 되고 있다.
EEEEEE(Ergonomics is concerned with Ease of learning and Ease of use, Efficiency, Errors and Enjoyment)설명은 길었지만 결국 인간공학의 목표는 이와 같은 문구로 함축될 수 있다. 쉽게 말해 인간이 ‘편하게 잘’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인간공학의 궁극적인 목표인 것이다. 사실 인간공학 자체만 놓고 본다면 인간 자체를 연구 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앞에서도 설명이 되었듯이 인간공학은 인간 자체를 연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토대로 다른 어딘가에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특히 디자인과 인간공학의 조화는 최고의 화음을 창출해낸다. 어떻게 보면 인간공학이 디자인의 한 분야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대단히 비슷한 부분이 많다. 사실 이와 같은 것은 디자인과 인간공학은 산업사회라는 서로 같은 맥락 하에서 발생되었기 때문에 같은 배에서 나온 형제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결과적으로 인간공학은 디자인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 꼭 있어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며 이것을 어떻게, 더 의미 있게 이용하는가는 전적으로 디자이너의 몫이 될 것이다.

A chair should be judged by one’s pants, a jewel by the lady’s eyes, a typewriter by the hovering fingers. –Time Magazine, on good design, 12 January


*참고자료*
-감성공학의 세계 / 권영하, 장승호, 허유 공역 / 인터비젼
-디자인 인간공학 / 임연웅 / 미진사
-생각있는 디자인 / 도날드 노먼 저, 인지 공학 심리 연구회 역 / 학지사
-Human Factors in Engineering and design 6판 / Mark S.Sanders,
Ernest J.McCormick / Mc Graw Hill
-Comfort and Design _ principles and good practice / Peter Vink / CRC
-Design For Humans / Jan Noyes / Taylor & Francis Gro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