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탁위의 쾌락 - 부엌과 식탁을 둘러싼 맛있는 역사
(Tafelfreuden - Eine Geschichte des Geniessens)
지은이 : 하이드룬 메르클레 (Heidrun Merkle) | 옮긴이 : 신혜원 | 출판사 : 열대림

차례
서문 - 인간이 꿈꾸는 최고의 식탁

1장 고대 그리스, 두려움과 경건함
내 집에 온 당신, 편히 쉬고 가소서
식사의 절정, 노래와 춤
낯선 손님 뒤로 누가 숨어 있나
신과의 성스러운 접촉
공평하고 정확하게 나눠라

2장 그리스 향연과 음주문화
‘향연’의 초대받은 손님들
식사는 예술이다
포도주, 거부할 수 없는 유혹
귀한 포도주를 망치지 말라
좋은 술은 최고의 술잔에

3장 로마, 퇴폐적인 음식문화
벼락부자의 자제력 없는 호사벽
포도주로 손을 씻고 누워서 식사를
손가락, 입으로의 빠른 도달
부자들의 끝없는 향락 중독
나눔, 고통 혹은 즐거움
기기묘묘 오락 프로그램들

4장 중세의 귀족 음식, 농부 음식
귀족의 품위, 농부의 허기
좋은 고기, 나쁜 고기
양념, 신분의 상징
거의 모든 요리가 수수께끼였다
누가 누가 귀빈인가
끝없이 이어지는 코스 요리
엄청난 식욕과 절제
늑대들이나 할 행동을

5장 르네상스, 고급화의 시대
포크의 등장
냅킨과 식탁보, 식기와 술잔
남녀노소 불문한 ‘술의 시대’
갈증 해소엔 포도주가 최고
날아다니는 접시의 퇴장
전문 요리사의 등장과 요리책
독이 든 음식 가려내기
기획력과 상상력의 만찬

6장 19세기 시민계층의 식사
부덴브로크 가의 식탁 풍경
준비된 식탁
눈으로 음식 맛보기
거창한 메뉴, 간단한 메뉴
멋지게 서빙하기
메뉴와 식단표의 변화
탐욕을 버려라
회의용 탁자로 변한 식탁
“훌륭한, 이 훌륭한 수프!”
감사하면서 먹으면 더 맛있다

참고문헌 / 옮긴이의 말 / 찾아보기


▷ 책소개
     매일 숨통이 조이도록 시간에 쫓겨 살아가는 현대인에게‘식사’는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가기 위한 에너지의 보충과 허기를 달래는 시간으로 삼고 있지 않을까 싶다. 식사라는 행위는 미학적이고 감각적인 일종의 예술이라고 주장하는 저자의 입장에서는 현대인들의 식사 방식이 분명 못마땅할 것이다.
     책은 크게 고대 그리스, 로마, 중세, 르네상스, 19세기 시대로 구분하여 당시의 식사 문화와 음식에 얽힌 흥미롭고 다양한 일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스 시대에는 음식을 먹는 식사 자체보다는 식사 시간 전,후의 행사 (목욕, 대화, 시인과 음악가의 공연, 게임 등)를 중요시 여겼고, 로마 시대에는 부자들이 부를 과시하기 위해 사치스럽고 호화롭지만 무분별하고 무제한적인 식사를 즐겼으며, 중세 시대에는 향료의 과다한 사용으로 재료가 지니는 자연의 맛을 완전 잃었으며, 음식에도 계급이 부여되어 뚜렷하게 구별되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르네상스 시대에 접어들면서 비로소 귀족들은 식탁에서의 품위와 예절을 강조하기 시작했고, 그로인해 포크라는 도구가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음식의 고급화 되었다.
     저자는 다양한 역사적 문헌을 통해 각 시대의 음식 문화와 식사 문화를 소개하고, 그 변천 과정을 통해 식사는 미각, 후각, 촉각을 통해 이뤄지는 미학적 행위라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또한, 음식의 맛을 충분히 만끽하고 식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탐욕을 버리고 되도록 천천히 먹어서 음식의 맛을 음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비정상적인 다이어트 때문에 굶거나 한 가지 음식만을 먹고 후유증으로 거식증과 폭식증에 시달리며, 급기야는 위까지 잘라내 버리는 우리의 모습은 후세에 어떻게 기억되고 어떻게 기록될까?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 본문 발췌
     먼저 미학과 미각이란 무엇인가. 미학(말 그대로 '감각과 관련된 학문')은 감각의 지각과 미에 대한 정의를 다루는 학문이다. 전통적으로 미학의 주요 감각은 시각과 청각이라고 인식되어 왔다. 예전부터 미학과 훌륭한 미적 감각에 대한 문제들이 다루어질 때는 가장 ‘지적인’ 이 두 가지 감각이 그 중심에 있었으며 소위 더 ‘고급한’ 감각으로 간주되어 왔다. 반면 후각, 촉각, 미각은 미학에서 등한시되어 왔는데, 이는 이런 감각들의 대상인 '원료'와 관련이 있다. 즉 향기나 느낌, 맛에 대해 미학적인 토론을 하는 것은 완전히 무의미한 일이며, 너무 피상적이고, 너무 타의적이고, 너무 육체적이며, 너무 욕구적이라고 여긴다...

     ...감각은 몸에서 가까운 감각과 먼 감각으로 나눠볼 수 있다. 미각과 후각, 촉각은 '좀더 저급한' 감각으로 표현되어 왔으며 그럼으로써 부당하게 그 명예가 손상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좀더 적합한 방식으로 구별을 하자면 '몸에서 가까운' 감각과 '몸에서 먼' 감각으로 나누는 것이다. 이렇게 구분하는 것은 특정한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각 감각의 특징이 충분히 표현되기 때문에 매우 적절한 방법이다.
     먼저 몸과 떨어진 감각에는 시각과 청각이 있다. 우리가 무언가를 보거나 들을 때는 그것이 우리의 몸과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얼마든지 지각할 수 있다. 즉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지각은 언제나 공간적인 거리를 동반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보기와 듣기는 우리의 몸과 떨어져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이 감각들은 인간의 신체적인 욕구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이와 달리 미각과 촉각은 몸과 가까운 감각들이다. 어떤 것을 더듬어 느끼기 위해서는 그 대상이 우리의 팔이 닿는 거리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어서는 안 된다. 즉 어떤 것과의 접촉은 '피부가 맞닿아야' 가능하다. 촉각과 비교해서 미각은 한층 더 '몸과 가까이' 있다. 우리는 맛을 보려는 어떤 것을 먹어 삼켜야 하고 우리 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이런 감각들을 통한 경험은 보다 ‘깊은’ 인상을 남기고 우리를 대단히 감동시킨다.
<서문 - 인간이 꿈꾸는 최고의 식탁 中>

     음식을 먹을 때는 탐욕을 버려야 한다. 천천히 먹는다는 것은 탐욕스러움을 버린다는 뜻이다. 그리고 음식을 통한 만족감은 미각과 관련되어 있을 뿐 포만감과는 큰 연관이 없다. 음식을 급하게 집어삼킨다면 식사의 과정은 어떤 기술적이고 필연적인 것, 일종의 비자발적인 행동이 된다. 마치 으르렁거리는 위장이 손에게 명령을 내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수저와 포크를 무의식적으로 입으로 가져가는 것은 자신의 허기에 의해 충동적으로 쫓기듯 음식을 먹는 폭식가들이나 할 일이다. 그들의 행동은 자유롭지도 않고 미학적이지도 않다. 느린 속도 속에서 음식의 진정한 향유와 자유가 생기는 것이다.
<6장 : 19세기 시민사회의 역사 - 탐욕을 버려라 中>

     좋지 않은 관습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지만 놀라운 점은 상반된 특성 속에서 사고하고 생활하며 일상과 축제, 필수품과 기호품, 남자와 여자, 가정과 사회, 육체와 정신을 완전히 구분했던 그리스인들이 예외적으로 포도주와 물에서만은 세속적인 것과 신적인 것을 각기 순수하게 즐기지 않고 혼합을 했다는 사실이다. 포도주와 물을 섞을 때는 대개 물을 먼저 그릇에 담고 그 다음에 포도주를 따랐는데, 여기에는 물리학적이고 철학적인 이유가 있었다. 포도주는 물보다 무겁기 때문에 포도주를 물 위에 부으면 두 액체가 좀더 빠르게 잘 혼합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방법으로 보다 가벼운 물질인 물이 포도주 위에서 떠다니는 상태가 되지 않도록 했다.
     한편 물리학이나 액체의 특정한 무게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훌륭한 포도주를 만드는 철학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포도주에 물을 넣으면 물로 희석을 시키는 것이며 고귀한 포도주를 망치는 결과를 낳는다. 그 반대로 하면 당연히 물은 포도주를 통해 그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2장 : 그리스 향연과 음주 문화 - 귀한 포도주를 망치지 마라 中>


▶ 논점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식사의 미학을 즐길 여건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고 본다. 문화적인 차이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미식을 즐길만한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패스트푸드나 정크 푸드(junk food)와 같은 저질 음식의 대량적인 보급으로 인해 사람들은 참된 맛에 대한 감각을 잃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아직도 어디에선가는 허기조차 채우지 못해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어쩌면 저자가 주장하는 대로 잘 짜여진 식단과 음식이 돋보일 수 있는 그릇 및 장식들로 식탁을 꾸미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음식의 맛을 음미하는 식사의 미학을 즐기는 것은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호화로운 사치가 아닐까? 중세시대만큼 신분 계급에 따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엄격히 제한적이지는 않지만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음식을 누릴 수 있는 평등한 권리는 주어지지 않았다.



- 수업시간에 나눠드린 프린트 물에서는 지면 사정상 삭제 했던 책 본문 내용들을 추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