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디자인세미나 - 2005. 08. 10 / 주제3 : 역사의 무게


::디자인의 역사 - 존. A 워커 지음, 정진국 옮김/ 까치글방 펴냄, 1995
  (Design History and the History of Design by John A. Walker)

이 책의 목표는 관례적인 지혜를 재현하기보다는 디자인사를 개관하고 그 개념적, 방법론적 문제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이 소재의 잠재적 영역은 너무나 넓고도 복잡하기 때문에, 초보적 사학도에게 방향을 잡아주는 안내역을 맡고자 하고, 그래서 이를테면 디자인사와 관련된 구조주의와 기호학에 대한 논의가 포함되었지만 이런 화제들을 깊이 있고 섬세하게 다루고자 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다양하고 이형발생론적인 디자인사라는 주제에 대한 어떠한 연구도 그 다양한 방법과 접근 방식들이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절충적이며 다원적인 상태로 묶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디자인사를 쓰는 데에서 비판적이고 이론적, 유물론적 접근 방식을 지향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는 스타일과 취미와 같은 몇몇 주요한 개념들을 주시한다.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 페르낭 브로델 지음, 주경철 옮김/ 까치글방(까치) 펴냄, 1995
  (Civilisation Matérielle, Économie et Capitalisme)

이 책은 15~18세기의 물질문명이 19세기 산업혁명이라는 극한적 변동을 앞두고도 지극히 완만한 변화를 겪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저자인 브로델은 일상생활을 이루는 요소를 물질문명이라 명명하고 물질문명에서의 교환관계, 이들을 통제하는 조직적 자본주의가 만드는 3층 구조를 밝히려 했다. 「일상생활의 구조」,「교환의 세계」-교환관계(경제),「세계의 시간」-근대경제사로 나누어 서술했다. 마지막 권은 국제경제의 형태와 그 주도권의 연속적인 이동에 관한 연대기적인 연구이다. (한마디로 그것은 보통의 역사이다.) 그것보다는 훨씬 덜 단순하다고 할 수 있는 나머지 두 권은 대게 유형학적인 연구이다. 이미 1967년에 간행된 첫 번째 권은 일종의 “세계의 무게 재기(pesée du monde)”이며, 전산업화 세계에서 가능성의 영역이 어느 한계까지 펼쳐져 있었는가에 대한 인식이다. 그 한계 중의 하나가 “물질생활”이라는 아주 광대한 분야이다. 두 번째 권인 “교환의 세계”는 경제와 자본주의라는 상층의 활동에 대조한다. 이 두 개의 상층은 서로 구분되며 상호 혼합과 대비를 통해서 서로가 서로를 설명하고자 하는 변증법적인 논리가 작용한다.


::자유주의 이후 - 이매뉴얼 월러스틴 지음, 강문구 옮김/ 당대 펴냄, 1996
  (Immanuel Wallerstein, After Liberalism)

이 책은 저자인 이매뉴얼 월러스틴이 1990~1993년까지 쓴 에세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글들을 쓴 때는 이데올로기의 심대한 혼돈기였다. 그래서 저자의 주요 관심사는 냉전체제 이후 사회가 어떻게 변화되었고 21세기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공산주의의 몰락과 자유주의의 위기로 요약되는 세기말의 흐름을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21세기 세계질서를 전망한다. 그의 논리에는 ‘공산주의의 붕괴는 사실상 프랑스혁명이 탄생시킨 자유주의의 참담한 패배를 의미한다’는 명제가 일관되게 자리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자유주의 이후」의 새 이데올로기를 제시한다. 새로운 체제가 태동하기 위해서는 500년 역사를 가진 자본주의체제의 문제점의 해소가 전제돼야 한다. 즉 대안적 체제는 착취와 불평등, 인종과 종족간의 적대감, 생태학적 위협 없이 부를 창출하는 사회구조를 지향하는 신마르크스주의로 귀결된다. 자본주의 세계체제에서는 타인을 착취하지 않고는 어떠한 부도 창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의 한국과 관련된 이슈, 예컨대‘냉전이 끝난 마당에 세계의 근본적인 변화는 무엇인가’ 등 몇 가지 주요한 관심사도 다루고 있다.


::논점 :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구조적 위기의 영향으로 이데올로기로서의 자유주의는 패배하였다고 보는가? 승리한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틀 내에서 볼 때, 평등한 인권의 개념은 허구인가?

월러스틴은 공산주의의 몰락이 가져온 80년대 말의 지정학적 변화를 자유주의의 승리와 그에 따른 평화와 안정의 보장으로 평가한 일반적인 시각과는 달리 이제 세계는 무질서의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회주의진영의 붕괴는 자유주의와 자본주의가 거둔 최후의 승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근대 세계체계(Modern World -System)"의 해체가 시작되는 자본주의 붕괴의 신호탄이자 폭력에 호소하는 세계질서 재편의 전개를 예고한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자유민주주의와 대립해왔던 다른 체제의 붕괴로 인해서 자유민주주의는 자신이 지닌 내부의 한계와 문제점(배금사상, 빈부갈등, 인종차별, 환경파괴, 도덕적 타락 등)을 여실히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유주의의 승리’가 아닌 ‘자유주의 이후’가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오늘날의 자유주의는 그 자신의 논리 때문에 자승자박의 궁지에 몰렸다. 자유주의는 인권의 정당성, 그리고 다소 약하긴 하지만 민족의 권리를 지속적으로 주장한다. 여전히 자유주의의 주장은 완전한 권리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 권리들이 완전히 실행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이 권리들을 주장한다.

단순하지만 매우 중요하고 매우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쟁점, 즉 이민을 생각해보자. 이것을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시각에서 보자. 인권의 개념은 명백하게 거주이전의 자유를 포함한다. 자유주의의 논리에 따르면, 여권과 비자는 없어야 한다. 예를 들어 모든 사람이 미국 내에서, 그리고 오늘날 모든 주권국가 내에서(자유주의국가라고 주장하는 모든 국가 내에서는 확실하게)그러하듯이 어는 곳에서나 일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자기모순은 총체적인 것이다. 만약 모든 인간에게 동등한 권리가 있다면, 그리고 모든 민족에게 동등한 권리가 있다면, 자본주의 세계경제가 지금까지 항상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러할 이 불평등한 체제는 유지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편 이 사실이 공개적으로 인정된다면,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위험한 계급(즉 소유하지 못한 자)들에게 정당성을 갖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체제의 정당성이 사라진다면, 체제는 존속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결국 자유주의의 극복할 수 없는 모순과 존속가능성에 대한 고찰이라는 부분에서 ‘자유주의는 패배했다’는 월러스킨의 주장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