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번스타인 (William Bernstein)
부의 탄생 (The Birth of Plenty) : 시아출판사_2005
물질문화론_채승진 교수님_20070206
유상욱_0293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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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료하지만 공허한 번스타인의 '부의 탄생'




1820년경까지 전 세계의 경제성장률은 거의 제로였고 모든 국가의 대다수 국민은 빈곤 상태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19세기 초부터 세계는 눈부신 속도로 발전해 오고 있다. 번스타인은 이러한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 즉 부의 원천을 다음 네 가지 요인에서 찾고 있다.
첫째, 재산권. 개인의 재산은 국가나 범죄 혹은 독점가들로부터 지켜질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과학적 합리주의. 경제적 진보는 사상의 발전과 상업화에 달려 있고, 이를 위해서는 수학적 도구와 경험적 관찰에 기초한 합리적 사고가 요구된다. 셋째, 자본시장. 천재들과 발명가들의 생각을 경제적 실제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자본이 필요했고 그 자본은 신뢰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에 의해서만 공급될 수 있었다. 넷째, 통신과 수송. 기업이 재산권과 지적 도구 그리고 충분한 자본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통신과 수송수단을 통해 제품을 소비자에게 신속하게 전달할 수 없다면 결코 존속할 수 없을 것이다.
19세기 초의 혁명적 변화는 부의 확고한 성장을 격발시켰다. 확고한 재산권 보호가 장인들에게 혁신을 충동했고, 과학적 합리주의가 그들에게 도구를 제공했으며, 자본시장이 발명품을 개발하고 생산할 자본을 제공했다. 또한 증기기관과 전신의 발명은 재화의 수송에 필요한 물리적 힘과 빠른 통신을 제공했다. 이것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이 네 가지 요인이 모두 정착되기 전까지는 어떤 나라도 번영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이 번스타인의 주장이다.
그리고 이 요소들을 근거로 역사적으로 번영한 나라와 퇴보한 나라를 비교하며 자신의 주장을 역설한다. 부를 창출한 국가인 네덜란드에는 종교의 관용과 사상의 자유가 존재했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 비해 특징적인 것은 생산물과 이윤이 경영자와 노동자에게 충분히 분배될 수 있는 인센티브가 존재했다는 점이다. 자유로운 생각과 재산권의 보장, 선진적인 자본시장의 성립으로 네덜란드는 유럽 경제의 중심지로 떠오르게 된다. 비슷하게 영국은 왕권과 귀족의 봉건적 규제로부터 벗어난 경제상황을 가지고 있었고 법으로 규정된 재산권 보호 조항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베이컨과 뉴턴 등의 합리적인 사상과 실용주의적 철학은 사회 전반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영국의 근대적이고 합리적인 정신적 기반은 후에 분업과 전문화, 혁신적 기술진보와 연계되면서 나라의 부와 후생을 증진시켰다. 네덜란드와 다르게 영국은 많은 인구와 석탄 등 자원을 보유하고 있었고 산업혁명에서 알 수 있듯이 기술진보와 생산성 증대에 기인한 경제성장을 계속하여 세계 제 1의 강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일본은 미국의 자유시장경제와 서구식 법치제도를 도입하여 유래 없는 경제성장을 이루게 된다. 메이지 유신 이후부터 육성, 개발해온 과학과 기술, 교육 등 기본 인프라는 경제성장의 또 다른 원동력이었다.
위의 예를 통해서 경제성장의 요인은 자유롭고 합리적인 사고, 재산권의 안정, 기술진보와 생산위주의 산업체계, 과학, 기술, 교육 등의 인프라임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뒤쳐진 국가들로 라틴아메리카는 혼란하고 불안정한 정치로 말미암아 재산권을 보장받지 못했다. 또한 소유권과 책임이 명확히 규정되지 못한 상태에서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항상 규제되었다. 스페인은 소수의 힘 있는 귀족, 성직자 등의 경제적 독점체제로 말미암아 경제를 퇴보시킨 사례를 가지고 있다. 종교적 봉건적 인습과 규제는 경쟁하려는 동기를 약화시켰다. 합리주의와 계몽주의, 법치주의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비생산적인 귀족들의 행태는 더욱더 경제상황을 악화시켰다. 프랑스는 정치적으로 중앙집권적이었고 발달된 관료조직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보수적인 정치적 시스템은 불필요한 규제와 부정부패를 야기 시켰다. 또한 독점적 중상주의 정책과 엄격하고 다양한 조세부과 정책은 자유시장 경제를 제약했다. 종교 탄압으로 대표되는 폐쇄적인 사회 분위기는 두뇌유출을 야기 시켰고 이는 기술과 자본유출로 이어졌다.
즉 경제가 침체되는 주요요인은 불안정한 재산권, 지나친 규제로 인한 시장경제질서의 파괴, 비합리적이고 폐쇄적인 사회분위기임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서적이 늘 부딪힐 수 있는 반론 - ‘너무 서구 중심적인 것 아니냐는’- 에 대해 미리, 서민의 생활수준을 지속적으로 상승시켜 온 측면에서 서구인의 능력을 넘어선 곳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혀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번영과 인류의 역사를 하나의 틀로 묶어 설명하고자 하는 저자의 시도와 관점에 있어서는 다소 동의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인류의 역사를 과연 하나의 구조적 틀로 묶을 수 있을까? 많은 학자들이 시도해 온 이 작업은 실로 매우 편리하고,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켜 줄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모든 나라가 어떤 제도적 선택을 했을 때 실제적 결과를 정확히 예상한 경우는 드물다. 체계적이고 통계적 분석이 부재했던 과거 시점에는 더더욱 그러했다. 어쩌면 그런 측면에서 인류의 발전에는 우연적인 요소가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번스타인과 같이 틀을 규정하고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언제나 위험한 것이다. 가시적인 증거가 없다고 해서,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이런 효과에 대해 100% ‘아니다'로 박아버리는 것은 지나친 자기 신뢰와 편협적인 사고라 생각된다. 수많은 우연적 요소를 모두 덮을 수 있을만한 이론적 틀을 제시한다는 것은 어쩌면 무모한 시도인 것 같다. 통계라는 것은 해석하기 나름이다. 수치로 남겨진 통계적 자료와 역사적 고증만으로 인류의 역사를 꿰뚫는 하나의 구조물 내지는 이론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신이 인간의 인간을 결정한다는 운명론적 사고보다 더 매력 없어 보인다. 저자가 ‘모든 것’을 설명해내려는 욕심을 조금만 내려놓는다면, 그의 분석과 발견은 모두에게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한 것이다. 그것은 번영을 꿈꾸는 일반적인 국가들에게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좋은 정보를 제공하며, 선진국들에게도 현재의 상태를 점검하고 제도들을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하지만 각 나라의 전통적인 문화와 기후로 인한 특유의 생활 습관, 사고방식 등 다양한 변수들을 무시하고 4가지의 요소로 부가 창출 될 수 있다는 주장은 명석하고 논리 정연한 그의 글을 공허하게 만든다.

비록 과거 2세기의 경제성장은 유례없는 것이었지만 성장의 시간은 그야말로 인류 역사에 있어 찰나의, 한 순간이었다. 우리는 끊임없이 경제성장과 인류의 행복에 대해 질문하고, 대답하는 것을 반복해야만 할 것이다. ‘현대의 성장 체제는 얼마나 지속 가능한가?’ ‘또 얼마나 안정적인가?’ ‘인간 욕구의 상승은 어디까지 계속될 것인가?’ ‘성장의 끝은 어디일까?’ ‘인간다운 삶은 무엇인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비록 영원히 해결점을 찾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나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이런 고민 자체가, 인류의 역사 속에서 진정한 진보를 이끌어왔다고 믿는다.